내일부터 TV수신료, 전기요금과 분리해 납부 시작
내일(12일)부터 TV수신료 2,500원을 전기요금과 분리해 납부해야 합니다. 이에 따라 적지 않은 혼란이 예상됩니다. 이제 어떻게 수신료를 납부해야 할까요?
자동 납부의 경우, 수신료 납부용 별도 지정 계좌가 8월 초에 SMS를 통해 일괄 발송됩니다. 이 계좌로 수신료를 납부해야 합니다. 수동 납부의 경우, 12일부터 전기요금 청구서에 표기된 지정 계좌에 전기요금을 입금하고, TV수신료 2,500원을 따로 입금해야 합니다. 신용카드의 경우 12일부터 고객센터 상담사 연결을 통해 분리 납부를 신청해야 합니다.
아파트 관리비와 TV수신료 분리 납부
방송통신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는 11일 관계부처 합동 보도자료를 통해, "관리비 고지서로 전기요금과 수신료가 합산 청구되는 집합건물(아파트 등) 개별 세대는 관리 주체(관리사무소 등)에게 TV수신료와 관리비의 분리 납부를 신청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관리사무소가 TV 수신료를 별도로 수납하는 방안을 자체적으로 마련하면 아파트 등 개별 세대들도 TV 수신료 분리 납부가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인천지역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11일 통화에서 "한전이나 KBS에서 공문이 와야 알 수 있다. 우리 임의대로 결정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지역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역시 "한전에서 공문이 내려와야 알 수 있다. 공문이 오면 단지에 공고할 것"이라며 "9월에나 분리징수가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이에 비춰보면 관리사무소는 '자체 방안 마련' 대신 한전 등의 공문을 기다리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한전의 입장과 문제점
앞서 한전은 방통위에 낸 의견서에서 "고압 아파트에 대해 TV수신료를 개별 세대별로 따로 청구해야 하는 경우, (한전은) 개별 세대와 전기 사용 계약 관계가 아니므로 개별 세대의 TV수상기 소지 여부와 소지자 정보에 대해 알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며 "고압 아파트 수신료는 현행과 동일하게 전기사용계약 단위 기준 1건으로 통합해 분리징수 하는 것이 시행 가능한 방안"이라고 밝혔습니다.
방통위와 산자부는 분리 징수로 "TV가 없는 세대는 수신료를 안 낼 권리가 강화되고 앞으로는 수신료 미납만으로 단전되는 부작용을 차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가구별 TV수상기 보유율은 95.4%이며, 수신료 징수율은 99%여서 앞선 '권리 강화와 부작용 차단' 혜택자는 극소수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수신료 분리 징수의 도입 과정과 전망
방통위와 산자부는 "TV수신료를 전기요금과 완전히 분리 고지하고 징수하기 위해서는 약 3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으며, "과도기에는 부득이 통합 고지하되 분리 납부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르면 10월부터 국민들은 별도의 TV 수신료 고지서를 받아 TV 수신료를 별도로 납부할 수 있습니다.
또한 "TV수신료를 전기요금과 완전히 분리 고지하고 징수하기 위해서는 한전과 KBS가 협의를 거쳐 TV 수신료 고지서를 별도로 제작해 전달하기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분리 징수를 위한 수납 시스템을 보완하는 데 일정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 밝혔습니다. 이 과정에서도 한전과 KBS 간 갈등이 예상됩니다.
한전은 '징수한 수신료의 6.15%'인 현행 수수료 대신 "청구한 수신료의 15% 이내"를 요구할 것으로 보입니다. 통합 징수 이전이던 1993년 수신료 수입 대비 징수 비용 비율은 35.5%였으며, 지난해는 9.52%였습니다. 결국 수수료 협상 과정에서 갈등이 깊어지면 인프라 구축 기간이 늦어질 수도 있습니다.
기타 주요 사항
방통위와 산자부는 "OTT 등을 많이 이용하는 최근의 미디어 소비 행태를 감안하면 동의하지 못하는 국민들도 있겠으나, 현행법상 수신료 납부 의무는 분리 징수 후에도 유지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TV를 가지고 있는데 수신료를 내지 않으면 미납 수신료의 3%만큼 가산금(70원)이 부과된다"고 했으며, "KBS가 방통위의 승인을 얻어 국세 체납에 준해 강제 집행할 수 있는데, 방통위는 국민의 편익, 집행 비용 문제 등을 고려해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국회 과방위 야당 간사인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수신료를 내야 하는 국민 불편이 커지고, 법에 따른 납부 의무를 위반하는 국민을 늘리는 나쁜 결정"이라 지적한 뒤 "그동안 관리비에 전기요금, TV 수신료를 같이 거둬왔던 아파트 관리사무소부터 대책이 없어 아우성"이라며 "윤석열 정권은 분리 징수로 인한 국민 불편과 범법자 양산에 대한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수신료 분리 징수 결정 배경
TV 수신료가 30년 만에 전기 요금에서 분리 징수됩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5일 전체 회의를 열고 KBS 수신료를 전기 요금에서 분리해 징수하는 내용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습니다.
이날 회의에서는 정부·여당 측 위원인 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과 이상인 위원이 찬성했고, 야당 측 김현 위원이 반대 의견을 밝힌 뒤 회의장을 나가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차관회의·국무회의 의결과 대통령 재가를 거쳐 이르면 이달 중순 개정안을 공포할 전망입니다.
김 직무대행은 "KBS는 피 같은 수신료를 고품격 콘텐츠 생산에 투입하는 대신 월급으로 탕진하고 있다"며 "수신료 납부의 주체인 국민들은 KBS가 수신료를 얼마나 알뜰하게 썼는지 아니면 얼마나 헤프게 썼는지 물어볼 권리가 있으며 수신료 분리 징수는 바로 그 질문의 출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통과된 개정안에 따르면, 새 시행령은 공포 후 유예 기간 없이 즉시 시행합니다.
수신료 분리 징수 방법
개정안을 공포한 날부터 즉시 시행하기 때문에 당장 다음 달 수신료부터 전기 요금 고지 항목에서 빠질 예정입니다. 현재 징수 위탁 사업자인 한국전력은 이와 관련해 KBS와 협의 중입니다.
한전은 전기 요금 고지서와 별도로 TV 수신료 고지서를 찍어 배부하는 방안과, 지금의 전기 요금 고지서를 기반으로 TV 수신료 부분만 절취선을 넣어 고지서를 고치는 방안 등을 다양하게 검토 중입니다. 아파트는 대부분 관리사무소가 전기 요금까지 포함된 통합 관리비 고지서를 발행하기 때문에 고지서에 TV 수신료를 표시하고 별도 입금 계좌 번호를 알리는 방식 등을 논의 중입니다.
왜 나눠서 징수하나
그동안 TV 수신료가 전기 요금에 합산되어 부과되면서 수신료 납부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TV 수신료는 1963년 처음 도입될 당시 민간 사업자에 위탁했다가 각종 비리가 발생하자 1985년 KBS가 체납된 시청료를 직접 징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체납자는 재산까지 압류할 수 있게 했지만 당시 너도나도 문 앞에 붙인 '시청료 거부합니다' 스티커 앞에 큰 실효가 없었습니다. 이후 1994년부터 한전 전기 요금과 통합해 징수해오고 있습니다. 이번 분리 징수 결정은 국민이 전기 요금에 합산 징수된 수신료를 환불받는 불편을 겪지 않도록 전기 요금과 수신료를 따로 납부할 수 있는 선택권을 부여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큽니다.
TV가 없는데도 TV 수신료를 내야 하나
TV 수상기가 없으면 수신료를 내지 않습니다. 수신료를 내지 않으려면 한전이나 KBS 수신료 콜센터에 전화해 TV 말소 신청을 하면 됩니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는 관리사무소에서 TV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받고, KBS 최종 확인을 거치면 TV 수신료를 징수하지 않습니다.
KBS는 보지도 않는데, 수신료를 내야 하나
최근 연간 5만 건씩 수신료 환불이 발생한 것은 매체 환경 변화에 따라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모니터로 OTT나 유튜브를 보는 등 텔레비전을 보유하지 않은 가정이 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텔레비전을 갖고 있다면 KBS를 보지 않더라도 TV 수신료를 내야 합니다.
수신료를 안 내면 어떻게 되나
수신료를 체납하는 경우는 두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첫째, 고지된 수신료를 기한 내에 납부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 수신료의 3%에 해당하는 가산금을 부과합니다. 현재 2,500원으로 계산하면 연간 900원입니다. 둘째, TV 수상기를 갖고 있는데 등록하지 않은 경우입니다.
TV가 있는데도 없다고 거짓 신고를 하고 수신료를 내지 않으면 1년분 수신료에 해당하는 추징금을 부과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추징금이나 가산금이 부과됐는데도 계속 납부하지 않으면, 방송통신위원회 승인을 얻어 국세 체납 처분례에 따라 원칙적으로 재산 압류를 포함한 강제 징수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상 집행할 방법은 마땅치 않습니다. 호텔이나 헬스클럽처럼 보유한 TV 대수에 따라 수신료를 징수하는 대규모 영업장에서 체납할 경우, 액수가 클 수 있어 강제 징수에 따른 갈등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